이청운 사랑해2017. 7. 9. 22:56
살수로 산다는 것은 무기가 된다는 것이다.
무기란 것은 망가지거나 부서지면 대체로 버린다. 망가지거나 부서졌다는 건 명을 다했단 것이고, 명장이 공들여 만든 무기가 아닌 이상 고쳐 쓰는 건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명장의 무기란 쉽게 부서지거나 망가지지도 않는다.
그러니까 우리, 그 속의 나는 그런 존재다. 기억이라는 것이 존재했을 때부터 그런 존재임을 인지하며 살았다.
망가지면 죽는다. 이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과도 같다.
망가진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린 내게 어르신은 그런 말을 했다. 무기가 망가진다는 것은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하자면 쓸모가 없어지는 것이 망가진다는 것이지.
우리는 임무에 실패하면 대부분 죽는다. 죽지 않고 살아 도망쳐도 증거를 남길 경우 역시 죽는다. 만에 하나 증거는 남기지 않고 도망쳤다 해도 몸이 성한 자는 거의 없다. 몸이 성하지 않는다면 살수로선 쓸모가 없어진다.
그래도 내가 속한 편수회는 쓸모가 없어져 죽는 경우는 아주 적은 편이다. 어디나 허드렛 일을 할 사람은 필요하니까.

"흐으윽..."

나는 신음하며 흐느끼는 자를 바라본다.
벽에 몸을 붙이고서 괴로움에 바닥을 긁는 손을 바라본다.
너를 동료로 인정한 것은 아니라는 말을 던지고 돌아서서는, 해가 지면 악몽에 시달리고 해가 뜨면 피폐해진 낯으로 꺼진 눈을 감싸는, 망가진 무기가 된 사람을 바라본다.
나는 눈을 잃은 자를 많이 보았다. 다리를 잃은 자도, 팔을 잃은 자도 보았다.
대부분 버려졌으며 이후의 삶은 알지 못한다. 아마도 죽었을 것이다.
왜냐면 쓸모 없어졌으니까.

"괜찮아? 더 쉬지 그래."
"괜찮습니다."
"네 고집을 어떻게 꺾겠냐. 무리는 하지 마라. 응? 어이 거기, 우리 청운이 좀 잘 살펴주시고? 우리 청운이 또 다치면 내가 댁 가만 안 둬!"

이 자는, 운이 좋은 편이다. 눈도 하나는 있고 주변에 그를 버리지 않을 선한 사람들이 많으니까.
하지만 그의 주변엔 무인이 없다. 살수로 살아온 나조차 아는 걸 모르는 사람들 천지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게 그의 안위를 책임지라 말하는, 너무도 선하여 목숨만 부지하면 된다는, 평범하고 소소하고 천천히 흐르는 삶을 그리워 하는, 무르고 무딘 사람들 뿐이다.
그래서 이 자는 그들 앞에서 무너지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괜찮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괜찮다고 한다. 이 자도 선한 사람이기에 괜한 걱정 끼치고 싶지 않기에 하는 행동이다.
하지만 그는 눈 하나를 잃고 장시간의 고문에 노출되어 내력또한 많이 잃었다. 그건 그가 다시는 전성기의 힘을 찾을 수 없고 더는 무기로써 살 수 없단 걸 뜻한다.
그의 선한 지인들은 그런 그도 괜찮다고 할 것이다. 그가 따르는 세자는 그를 버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도 이 자가 가진 절망감의 깊이를 가늠할 순 없을 것이다.
더는 무기로 살 수 없는 삶. 그런데도 너무 길게 남아버린 삶을 이해할 사람은 같은 무인이 아니고선 모르는 것이다.
나는 아가씨가 없어도 아직 무기로써 살 수 있다. 그래서 더는 무기로 살 수 없는 그를 보는 게 안쓰럽다. 내가 그를 안쓰럽게 여겨도 되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누구도 아닌 적이었던 나만이 그의 괴로움을 알고 그의 아픔을 지켜봐야 한다는 건, 아마도 슬픈 일일 것이다.
나는 몸부림치다 결국 기절한 듯, 느리게 벽에서 떨어진 그의 손바닥을 바라본다.
평범하고 소소하고 천천히 흐르는 삶을 느끼기엔 우린 너무 멀리 왔다.
채 낫지 않는 그의 갈라진 손바닥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나는 품에서 약을 꺼냈다. 그가 깨지 않게 조심하며 그의 손바닥에 약을 발라주었다.
천천히.
천천히.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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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아아 모바일로 쓰려니까 너무너무 힘드네욤... 근데 너무 더워서 머리도 잘 안 돌아가고... 여기까지가 나의 한계... 살아라 곤...
Posted by 진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