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휴리날아라2016. 2. 21. 02:23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꼭 하려고 해서 오늘 그 말을 꺼낸 건 아니었다. 그냥 오늘은 어쩐지 방지가 내게 너무 잘해줘서. 헤어지고 난 뒤에 안부 메세지 한 번 보내지 않던 그가 내게 잘 들어가라고 문자까지 보내서. 그래서 그랬다.


우리 무휼이가 좋아하는 처자가 생겼어? 그래 그래 어디 사는 어떤 아가씨가 우리 무휼이 맘에 쏙 들었을까?


할머니는 내 말에 반색하며 우리 무휼이 닮은 예쁜 증손주 볼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노래를 부르셨다. 그래서 나는 실수했구나 싶었다. 일단 상대는 여자가 아니고. 우리는 아직 결혼까진 생각도 안 했으며. 무엇보다 증손주는... 여기까지 갑자기 밀려온 현실에 난 가벼운 현기증을 앓다가 빠르게 정신을 차렸다. 내게 동생이 많이 있다는 것이 오늘만큼 기뻤던 적은 아마 없을 것이다.


왜 말이 없어? 설마, 짝사랑인건... 아니겠지? 아니지 아니지 그럼 그럼! 우리 무휼이가 짝사랑이라니...


표정이 계속 바뀌는 할머니를 보며, 나는 간신히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 아냐 그런 건... 짝사랑 아니야!


난 그리 말하며 내내 손에 쥐고 있던 무를 다시 썰었다.


그렇지? 우리 무휼이처럼 멋있는 애를 누가 가만 냅두겠어. 그렇지! 요즘 뭐냐... 요새 그 썸이라고 하던데. 그런 거냐 무휼아?

그, 그렇지 뭐! 걔느은- 나보다 좀 작고. 그리고 머리가 곱슬이고... 그리고...


나는 그리 말하며 방지의 얼굴을 떠올려봤다. 어쩌다 학점이 안 맞아 듣게 된 교양 수업에서 우연히 만나서, 알고 보니 졸업반인 같은 학과 선배였던, 그렇게 얼굴을 마주한지 이제 겨우 두 달 된, 남자를.


아주 예뻐.
Posted by 진금
뮤휴리날아라2016. 1. 30. 22:48
아주 어릴 때, 지금은 기억도 안 나는 때에 죽으려고 한 적이 있어. 이유까진 묻지 마라. 이런 세상에 살다 보면 누구든 그런 생각 하잖아. 그런데. 그래. 아마 그때 죽었어야 했던 거야, 나는.
어릴 때 말이지. 동네 어른들이 심심하면 죽는다고 소리치기에 왜 죽지 않고 말만 하나 했거든. 용기가 없어서 그렇다고도 했거든. 뭐가 그리 무섭냐는 생각도 했거든.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도 힘없는 내가 미울 뿐이었거든.
근데 그 뒤로 난 그 절벽에서부터 조금씩 뒤로 물러나고 있어. 하루가 지나고. 또 해가 뜨고.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날이 저물면. 그 사이에 내 삶이 내 이유가 하나씩 사라져도. 나는 겁쟁이처럼 계속 물러나고만 있어.
이제와 나 하나 없어진다고 세상이 바뀌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날 떠나는 사람이 늘어만 갈수록. 어딘가에 들러붙은 이 목숨, 쉽게 못 놓겠더라.
나 하나 산다고 바뀌는 세상도 아닌데 말이지. 그걸 아는데...
...손에 쥔 검이 날이 갈수록 쉽게 내 손에서 빠져나가. 더 지킬 것도 지키고 싶은 것도 없는 나는, 느리고 약해졌어. 그런데도 나는 아직 살아 있어.

그러니까, 무휼.

너는 나보다 먼저 죽지 마라. 너마저 죽어버리면, 날 세상에 붙잡아 둔다고 믿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지 않냐. 이제 나한테 남은 미련은 온통 너 하나뿐이야. 하지만 너는, 지켜야 할 게 아직 많으니까. 너는. 너를 붙들어 둘 게 아직도, 많으니까.
그러니 나를, 적어도 이 세상에 붙인 채 죽게 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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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휼 : 할머니가 절벽만 보면 뛰랬는데... 거기서 뛰어내려야 키가 큰다고 했는데... 방지 바보... ㅜㅜ (절벽만 보면 뛰어내려서 장신이 된...)

+전력 주제는 '족쇄'입니다
Posted by 진금
카테고리 없음2016. 1. 25. 13:54
아마도 온리전에 참가할 것 같습니다. 원래 팔 월에 열리는 쩜오ㄷ1어워드에 참가할 생각이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여름에 원고를 한다는 건 무리인지라... 물론 어느때라고 원고하기 좋은 때라는 건 아니지만...
현대 패러랠은 처음부터 책으로 낼 생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만, 설정만 가득한 것이 좀 감당이 안 돼서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게다가 드라마 진행 상태에 따라 마음이 자주 왔다갔다 해서. 일단 드라마가 마무리라도 잘 해줬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진금
뮤휴리날아라2016. 1. 13. 13:58
원래 여긴 방무 현대 패러랠 쓰려고 연 곳인데... 이게 참... 막상 쓰다보니 스토리 진행되는 게 이상하게 부끄러워서 정작 현대 패러랠은 하나도 못 올리고 있다... ㅜㅜ
Posted by 진금
카테고리 없음2016. 1. 2. 23:29

고민 끝에 오랜만에 여길 다시 열게 되네요? 아이고... 과연 이 애정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휼이 중심으로 이거저거 쓰고 싶은데... 현실 박살...

 

 

Posted by 진금